2014년 4월 9일

한국 교육계 까는 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4월 08일. 올해 첫 시험이 일주일 남았다. 다른 학교에 비하면 덜 하지만 태봉에서도 정규 시험을 친다. 인가 받은 공립학교 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시험 효과로 도서관 옆 정독실도 사람이 붐비고 면학 분위기다. 다들 조용히 공부한다. 정독실장이 오디오로 바이올린 앨범을 틀었다. 음. 좋군. 수학을 복습하려고 교과서를 펼쳐 놓는데 문득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시험을 치기 위해 공부를 하고 공식을 외우고 공책에 교과서를 배낀다. 시험이 다가오면 수업시간에도 한 문제 더 알아보려고 급급하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겠지만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태어난 지 천 일만 지나면 가족의 품에서 떠나 어린이집, 유치원에 맡겨지고 7살 부터는 나라에서 지정한 초중고등학교에 가게 된다. 중등까지의 과정은 의무로 가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바깥에서는 사람을 만날 곳도 있을 곳도 변변치 않다. 나이가 많아질 수록 기관에서 머무는 시간도 많아지고, 보통 중학생만 되어도 하루에 두 시간 가족 얼굴 보기가 힘들다. 사실 부모들은 일 때문에 집에 있을 날이 없으니 학교는 부모를 위한 아주 좋은 보호기관일지 모른다.
 부모는 왜 돈을 버는가? 바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다. 처음 편리한 교환을 위해 화폐가 등장하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세상은 자본만능주의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돈과 돈으로 살 수 있는 쾌락에 먹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는 성적이 알려주고 자식이 받는 사랑은 용돈과 얼마나 최신의 전자기기를 사주느냐로 매겨진다.
 학생간 폭력, 사회 무관심, 지나친 시험일정, 지식전달식 수업……. 학교는 공장이 되었다. 학생들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조금만 다르면 불량품으로 분류되어 제품 담당자에게 연락된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누구 아버지죠? 학생이 교복을 안 입어요. 네..죄송합니다....잘 지도하겠습니다..' 그러면 또 담당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아 이 여편네야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야. 학교에서 교복을 안 입는다고 전화가 왔잖아' 등등. 담당은 공장에서 전화가 오면 굽신거린다. 잘잘못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고, 정확히 말하면 잘못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큰 공장, 내 제품을 잘 포장해 팔아줄 권한을 가진 공장에서 연락이 왔으니 우선 용서를 구하고 본다. 제품은 물건이니까. 담당자에게는 힘이 없다. 그래, 그렇겠지.
 제품은 생각하면 안 된다. 모든 게 정해진 지침과 똑같아야 하고 멋대로 행동해서도 안 된다. 언제부터? 도대체 왜?
 왜 나는 나로써 인정받을 수 없는 거야? 왜 내 행동을 남들이 어떻게 볼까 어떻게 말할까 걱정해야 하고 계산하며 행동하고 반듯한 장래희망을 지녀야 하고 상식적이어야 하고 학교에 다니고 대학에 가야하는지. 나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왜 '다른 사람'은 그저 다를 수 밖에 없는지, 아니 왜 '다른 사람'은 등한시되고 배척 받아야 하는 지. 무리를 나누고 서로를 짓밟고 가상의 선을 긋고 누구는 말 잘들으니 착하고 눈에 보이는 생활이 바르니 걱정이 없고 누구는 말 안 듣는다고 싸가저 있네 없네 글러먹었네 사회악이네. 힘 들다하면 무조건 힘내라 그러고 주변 상황은 변하지 않는데 인간이 무한 동력 로봇인가? '힘을 내랏!'하고 주문을 외우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 솟아나서 또 떨어지면 또 주문 외우면 돼? 그러면 정말 끝이야? 아니, 아니다. 상황과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
 조금만 버티면 돼. 몇 년만 버티면 돼. 대학만 가면 끝이야! 취직하면 끝이야……그러다가 죽는다. 애시당초 버틴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인데 사람들은 버티기에만 급급한다. 왜 사람이 '사람'을 사는데 버텨야 하나? 사회가 야생의 오지인가?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데 하루하루를 힘들고 긴장하며 버텨야 하는 이유가 뭔가?

물론 내가 다니는 학교는 위의 현실에 대안을 찾겠다고 만든 대안학교니 해당사항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서 회피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사회에 나가 만날 사람들은 대부분 제도권 학교를 나왔을 테고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밑 세대의 아이들에게 잘못된 책임을 떠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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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원고로 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학교 소식지에 넣기엔 별로인 글이라 폐기.
어제 오늘 계속 공부를 안 하고 있거든. 아무래도 모르겠다. 정말 너무 웃기다.
내가 내 공부를 안 하고 시험 공부를 해! 시험이란 게 원래 배운 걸 확인 하기 위해 치는 건데 그러면 학생들이 당연히 잘 쳐야 되는건데 지금은 아니다.
시험은 점수 내는 거고 머리에 얼마나 지식을 잘 집어 넣었냐가 중요하고 선생들은 어렵게 어렵게 내고 학생들은 이해도 다 못하는데. 자존심이니 뭐니.... 너무 싫다.


이런 글 쓰는 나는 그럼 뭐 절대 고결하냐면 전혀 아니지만.
내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문제 자체를 회피하면 문제만 더 커질 뿐이다.
물건을 사용할 때 물건에 대해 알아야 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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