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0일

201403 첫째 주의 글

 20140306
 <대본>




늙그막한 선생님과 젊고 격식차려 옷을 입은 선생님이 화분을 사이에 두고 섰다.

 
  늙은 선생(교장) : (화분을 가리키며 느리고 나직한 몸짓과 말투로) 박 선생. 이 화분은 우리 선생님들이 자네의 첫 발령을 축하하는 뜻에서 선물하는 거라네. 학급에 두가 잘 키워 보게나. (허허 웃는다)

  박 선생: (못내 웃으며) 감사합니다..

 박 선생은 졸지에 화분을 떠맡게 되어 찜찜하다. 교장은 이만 간다며 인사를 하고 퇴장. 박 선생은 교장이 멀리 간 걸 확인하며 관객을 향해 양팔을 벌리며 하소연한다.


  박 : 어휴...... (화분을 째려보고 휙 관객을 쳐다본다. 큰소리로) 선생님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화분을 주는 거람? (가슴을 치며) 아니.. 아이들 지도하고 일처리 하기에도 모자랄 판에 식물을 관리하라니..! 분명 선생님들도 다른 데서 받고 나에게 떠맡기는 걸 거야. (화분 주위를 서성거리며) 이 화분을 어쩐다.. 관리하는 척이라도 해야할 텐데...... (기세 바꿔 박수 치며) 아, 그래! 반 아이들에게 관리하라고 하면 되겠어. 나는 바쁘니 혹시 다른 선생님이 알게 되더라도 이해해 줄 거야.




 박 선생 그대로 퇴장, 웅성거리며 학생들이 나와 무대 중앙 옆 쪽에 선다. 잠시 후 반대편에서 박 선생이 다시 입장. 학생들 조용해 진다.


  박 : 자, 주목! (화분을 가리키며) 여기를 보세요. 교실에 화분이 새로 생겼죠? 이 화분은 우리 학급의 화분이에요. 여러분에게 관리를 맡길테니 잘 관리해 보아요. 그럼 오늘 종례는 마칩니다. 내일 봐요.


  학생들 : 안녕히 가세요!

 박 선생과 학생들 퇴장. <시들어가는 화분>이 나온다.





 잠시 후 학생 둘이 지나가며 화분을 쳐다본다.


  학생 1 : (화분을 쳐다보고 옆의 친구에게) 야.. 저 화분 물 안 주나?


  학생 2 : (친구 말에 화분을 슬쩍 보며) 글쎄.. 뭐,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그대로 퇴장.



 <시들어가는 화분>이 천천히 퇴장하고 <죽은 화분>이 나온다.
 여러 명의 학생들 입장. 화분을 둘러싸고 "이거 죽은 거 아니야?" 등의 얘기를 나눈다.

 교장이 지나가며 학생들이 모인 걸 보고 가까이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묻는다.

  교장 : (화분을 보고 내심 놀라지만 점잖게) 얘들아, 무슨 일이니?

 한 학생이 우물쭈물하며 대답.

  학생 3 : 아.. 선생님. 사실은.. 이 화분이 저희 반 선생님께서 주신 화분인데 저희과 관심을 안 가졌더니 이렇게 됐어요.

  학생 4 : 선생님.. 어떡하죠? 우리 선생님이 아시면 속상해 하실까봐 걱정돼요.

 다른 학생도 울상짓고, 나머지 학생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

  교장 : (조금 놀라며) 아..... 그렇구나. 얘들아, 박 선생님께는 내가 잘 얘기해 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렴.

 교장은 아이들을 달랜다. 아이들 퇴장. 교장은 마음을 놓으며 나가는 아이들을 바라 보며 깊이 고민한다.

  교장 : (땅과 하늘을 번걸아 보고 화분을 쳐다본다) 음.....

 화분과 교장 퇴장. 4초 뒤, 박 선생 입장.

 교장, 앞에 가는 박 선생을 발견하고 크게 부르며 입장.

  교장 : 박 선생!

 박 선생은 놀라며 뒤돌아 본다. 교장을 발견하고 인사한다.

  박 : 아,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교장 : 그래요. 박 선생, 잠깐 나 좀 봐요.

  박 : (의아해 하며) 네. 무슨 일이세요?

  교장 : (잠시 뜸 들이고) ..박 선생. 예전에 준 화분 기억해요?

  박 : 아.. (잠시 기억을 더듬음, 이내 기억하고) 아, 예. 화분이요. 당연히 기억하죠.

  교장 : 제가 오늘 박 선생네 반을 지나다 화분을 보게 되었는데 화분이 다 죽었더군요.

  박 : (덤덤히, 미안한 기색 없다) 아- 네. 맞아요. 요즘 바빠서 물을 영 못 줬더니 그렇게 됐네요.. 신경 써서 주신 화분인데 죄송해요.

  교장 : 미안할 건 없어요, 박 선생.

           (나직하게, 반색하며) 그런데 말예요, 내가 단지 염려가 되는 게 뭐냐하면. 나는 물론 박 선생을 신뢰하지만. 그 작은 생명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여러 아이들을 가르쳐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죠. 저는 박 선생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솔선수범하셨으면 좋겠어요. 모름지기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운다고 하잖아요. 하물며 선생은 아이들에게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교사인데, 바쁘다는 이유로 작은 생명을 소홀히 여기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보고 배워요. 앞으론 작은 것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바래요.

  박 : (교장의 말을 주의 깊게 듣더니) 아.... 그렇네요. 교장 선생님. 감사해요. 앞으론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게요.

 교장과 박 선생 퇴장.

 웅성거리며 학생들 나온다. 안 차려입은 박 선생 등장.

  박 : (침울한 어조) 여러분, 슬픈 소식이 있어요. 지난 번에 학급에서 키우던 화분이 시들어 죽어 버렸어요. 저는 이 일이 화분이 그렇게 될 때 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우리 모두의 탓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화분 들며) 자, 오늘 새로 화분을 가져 왔어요. 이번에는 선생님도 관심을 많이 가질테니 다 함께 잘 키워 봐요.

  학생들 : 네!


   끝
 등장인물 모두 나란히 서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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