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1일

20140121 Today's diary - 동네 이야기





















    @김해시 봉황동 유적지, 봉황대 유적




숨 가쁘게 떨리고
설레는 시간들이
나의 편이므로
울고 싶을 때는
크게 울리라

- 안도현  "내가 만약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우리 집에 십 년째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 지금 집으로 이사 왔다. 그  전까지는 부산에 계시는 할머니댁에서 살았다. 집은 단독 주택이다. 오래된 집이라서 겨울에는 난방이 잘 안되고 겨울에는 냉방이 잘 안된다. 생활하는 집 바닥에는 보일러 같은 것이 없고 에어컨도 하나 없어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대신에 올 겨울에는 몇 년만에 연탄 난로를 집 안에 들였다. 물도 끓이고 고구마, 은행 열매 등도 굽는다. 아주 좋다. 다행히 집이 환기가 잘 되어 일산화탄소 중독 걱정은 덜 하다. 무엇보다 연탄 바로 앞이 나가는 문이다. 집이 다른 집들과 많이 다르게 생겼는데.. 언제 한 번 그려 올려야지.

잠시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다.

십 년동안 이 동네에 살면서 동네가 변하는 걸 느낀다. 최근들어 점점 빨리 모습이 바뀌고 있다. 원래 자리해 있던 집들이, 하나 둘 흉측한 천 쪼가리에 싸여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변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스런 모습으로 자리잡는다.
막말로 정말 오 년만 지나면 이 동네 대부분의 건물이 새 건물이 될 것 같은 기분. 꺼림칙하다.
나는 지금 동네... 이전의 동네가 좋다. 건물들이 서로 어울리고 옆 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자동차도 사람들도 적당히 오가는 그런 동네. 최근 들어서는 이 동네가 마을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별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몇 년 전부터 내가 사는 김해에 개발 붐이 생기고 있다.
작년에는 웬 초우량 기업의 대형 마트가 두 곳이나 생기고 이제는 백화점도 생기려 한다.
아니, 김해에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공사 현장 넓이가 어마어마한 걸로 보아 아주 커다란 백화점이 들어설 듯 한데 너무 싫다!
나는 자동차가 적당히 다니고 사람들도 적당히 살고 소리도 적당히 나는 그런 김해- 나의 동네가 좋다.
좋은 기억을 함께 한 장소가 변하는 걸 보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너무 슬프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거다.


저 건물이 들어선 곳은 평야다. 아주 넓은 평야가 저 쓸데없이 큰 건물들 뒤로 펼쳐져 있는데, 몇 년 후면 그 곳들에도 건물이 들어 서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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