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5일

2013년 2학기 LTI 보고서


 
 
1101 김다우
 
길잡이 교사; 이순일 선생님
 
 
 
1학기에 나는 학교 앞 마을회관에 가서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2학기에도 그 일을 계속해서 했지만 아직까지 쌓인 게 많지 않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까 한다.
 
 
 

책만들기

나는 9월 말부터 어떤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구상을 9월 말에 하고 그 뒤로 계속 자료 수집, 책의 주제, 구성, 제본 방식 등을 결정하고 내용을 작업하는 일을 했다. 원래 10월 말에 책을 완성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하고 12월 말이 되어서야 겨우 책을 다 만들어 이렇게 발표를 했다. (132학기 LTI PT Day 발표)
 
혹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 몰라 내가 작업한 것들을 정리했다. 순전히 나의 경우로 예를 든 것이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책을 만든 게 아니라 책을 만들 일이 있어 책을 만들었다. 말이 조금 어렵나? 그러니까 동기>수단으로 책을 선택했다. 의도가 분명한 책이라서 주제 정한다고 머리 아픈 일은 없어서 좋았다.
 
 
 
올해는 우리 부모님이 결혼하신 지 25년 째 되는 해이다. 우리 가족은 이런 기념일(생일, 크리스마스, 결혼기념일 등)을 정말 안 챙기는 집이라서 이번 기념일도 별 일 없이 넘어갈 게 눈에 훤했다-실제로 두 분은 올해가 결혼 25년째라는 것도 모르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가족 중 유독 나만이 이런 기념일(생일, 결혼. 남들에 비해서는 잘 챙기는 편도 아니다)을 따로 챙겼는데 9월에 올해가 부모님이 결혼하신 지 25년 째 되는 해라는 걸 알게 되고 무언가 특별한 걸 해주고 싶었다. 동영상 같은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건 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일회적인 일이었다. 나는 두 분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살아갈 길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나아가 그런 일들을 실제로 준비할 수 있는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때는 마침 좋은 출력소도 알게 된 참이고 한창 책 제본하는 것에도 관심을 두던 시기였다. 나는 어느 정도의 편집은 할 수 있어서 편집이나 제본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됐다. 예전부터 하고 싶던 일이었고 마침 그와 관련된 지식도 알아가고 있었기에 책을 만들겠다는 결정을 쉬이 할 수 있었다.
 
결정만.
 
 
이론만 귀동냥으로 주워듣고 옆에서라도 책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없었기에 모든 걸 처음부터 쌓아올려야 하는 상태였다. 거기에 집에서 부모님 몰래 작업 준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모든 게 난관이었다.
 
 
어떤 책을 만들까 책을 만들기로 했으니 이제 어떤 책을 만들지 고민했다. 우선 오랫동안 보관하고 쓸 수 있게 튼튼한 책을 만들자. 쉬어가는 책이니까 옛날 사진을 넣자. 사진이랑 관련된 일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아니면 일기라도 쓸 수 있도록 빈 곳을 많이 만들자. 글쓰기 편하게 책 크기는 적당히. 필기를 해야 하니 종이는 두꺼우면 좋겠다. 종이 질감을 살려 표지는 맨 종이면 좋겠다. 내 손으로 직접 학교에서 출력하면 좋겠다.
 
그래서 책의 사양이 정해졌다.
 
제본-양장제본(실제본/하드커버제본)
 
_출력된 종이 세 장을 한 대로 하여 총 열두 대를 실로 엮었다. 출력된 종이는 본문 크기의 두 배인 종이에 출력한다. 그 후 본문용지보다 큰 종이에 출력한 표지로 합지를 싸매고 실로 엮은 본문과 표지를 붙인다. 붙일 때 주의할 점은 표지와 본문의 책등을 붙이는 게 아니라 양 면을 붙여야 한다는 점이다. 책등을 붙이면 책이 펼쳐지지 않아서 불쏘시개 용 책밖에 안 된다.
 
용도-기록장
 
_일기나 옛날이야기나 아무거나 기록하는 책이다. 공책은 아니고 다이어리도 아니니 기록장이라 할 수 있겠다. 기록장이므로 하나의 완성된 책이 아니라 사용자가 책을 사용하며 채우고 완성해가는 책이다.
 
_사진을 곁들였다. 곁들인 정도가 아니라 절반이 사진이고 절반이 빈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진은 집에 있는 사진집들 중 눈에 띄는 것들만 찾아 사진을 스캔했다. 스캔한 사진은 다시 편집 보정 작업을 거쳐 본문에 재배치했다.
 
다른 정보들;
 
_제목-이십오(25) _크기-B5(출력은 B4) 표지크기-A3종이에 출력되었다
 
_분량-본문 144(72) _31, 12대로 엮음
 
_출력비-비밀. 컬러라서 비싸다는 것만 알아두자
 
 
 
이상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책의 사양이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책을 만든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자료조사 대략적인 책의 주제를 정했다면 그와 관련한 자료를 조사한다. 아는 게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자료조사는 웬만하면 열심히 하는 게 좋다. 제본 방법이나 책에 들어갈 패턴, 글꼴들도 이 때 찾는다. 편집 프로그램과 방법도 이 때 정하고, 필요하거나 모르는 것들이 있으면 찾는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책이나 정식으로 출판, 혹은 상용화 된 책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내가 만들 책의 자료 조사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출력 지식이나 출판 지식을 알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사실 그런 면에서는 조금 공부가 부족했다.
 
작업 자료조사를 충분히 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책에 들어갈 사진을 모아서 스캔하고 편집했다. 중간 중간에 넣을 손그림도 미리 그렸다.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선 먼저 구상을 다 해놓아야 한다. 내가 몇 장짜리 책을 만드는데 어떤 내용을 어디에 넣고 이게 먼저 오고 저건 뒤로 보내고 하는 것들. 그런 게 없으면 작업도 없다. 이게 안 된 사람은 다시 구상 끝내고 작업하기.
 
내용을 먼저 작업하고 표지 작업은 내용 작업하는 중간에 했다. 실제본으로 작업을 할 때에는 보통의 제본방법과 페이지 배열을 다르게 해야 하는데 작업하는 도중 실수하기 쉬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작업을 하며 졸았는지 무려 두 장이나 편집을 잘못해서 완성된 책을 잘 보면.. 찾을 수 있다. 의뢰한 종이가 도착하고 확인할 때 그걸 발견하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특히나 의뢰인의 실수일 땐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말 꼼꼼히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프로그램으로 포토샵을 사용했다. 사진이나 그림을 편집하는 경우에는 주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글을 편집하는 경우에는 한컴에서 나온 한글 시리즈로 작업해도 된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작업할 수 있으니 취향 껏 선택해라.
 
포토샵은 무거운 프로그램이다. 컴퓨터에 여유가 부족할 땐 저장을 하거나 파일을 불러오는 데에만 몇 분씩 걸린다. 자주 파일을 정리하고 여유를 확보해 둬야 한다.
 
 
그림파일을 편집할 때는 컬러일 경우 CYMK모드로 작업을 하고 흑백은 그레이 스케일모드로 작업하면 된다. 해상도는 꼭 300dpi이상에서 작업하도록 한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무거운 파일이 되지만 그만큼 좋은 화질로 출력할 수 있다.
 
 
편집은 본문용지의 두 배 크기에서 한다. 실제본과 중철제본으로 제본을 할 때에 이런 식으로 편집을 하는데 그 이유는 두 제본방법 모두 출력된 종이를 반으로 접어 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비슷한 배열로 편집을 해야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중철제본은 얇고 간단한 책을 만들기엔 적합하지만 중간에 철을 박는 특성 상 두껍고 오래 보관할 책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에 비해 실제본은 두껍고 오랫동안 보관할 책을 만들기에 적합한데, 중철제본한 책이 여러 권 모인 거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물론 중간에 철심을 박는 게 아니라 실로 엮어야 한다). 중철제본이 여러 권 모인 게 실제본이니 실제본 편집은 중철제본을 여러 번 하면 된다.
 
두 제본법은 출력하는 종이 한 장당 4(2)이 나온다. 보통 종이를 절반으로 나누면 오른쪽 앞장부터 그 뒷면(왼쪽 뒷장), 오른쪽 뒷장, 왼쪽 앞장 식으로 배열이 된다. 여러 장을 제본할 경우엔 대각선으로 이어서 편집한다. 이건 직접 해 보는 게 이해가 잘 되는데 아무 종이나 여러 겹 겹쳐 반으로 접어보면 알 수 있다. 중철제본은 이렇게 편집하고 실제본의 경우는, 한 대수마다 대각선으로 편집을 한다. 중철제본에서 왼쪽 앞장이 마지막 장이라면 실제본에서는 왼족 앞장에 이어서 다음 대의 오른쪽 앞장(제일 첫 장)이 배치된다. 복잡하지? 해 보면 쉽다.
 
 
여하튼 그렇게 배열대로 편집을 끝내면 *.jpg파일로 저장한다. 저장을 할 때 해상도는 12에 맞춘다. 파일 이름은 쪽 번호로 맞추는 데 앞에 오는 장을 앞쪽에 적는다. 예를 들어 3장 중철제본 할 때 파일은 ‘01-12’, ‘11-02’, ‘03-10’‘07-06’으로 총 6개가 나온다.
 
 
출력 이제 편집을 다 끝냈으면 파일이 맞게 저장됐는지 확인을 하고 출력-혹은 출력 의뢰-을 한다. 직접 출력을 할 경우에는 우선 원하는 두께의 종이를 구한다. 이때 종이는 출력할 프린터에서 출력이 가능한 종이를 구해야 한다. 원하는 종이를 구했으면 출력을 하면 된다. 양면 출력이 가능한 프린터라면 양면출력을 해도 되지만 웬만큼 좋은 프린터가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므로 앞면들을 모두 출력한 다음 뒤집어서 뒷면을 출력하는 게 편하다. 출력을 할 때엔 꼭 시범 출력을 하고 출력을 하길 바란다.
 
출력소에 출력을 맡맡기는 경우엔 일이 쉽다. 작업한 파일을 잘 배열해서 출력소에 건네주면 된다. 직접 출력소에 가서 출력을 할 경우엔 usb 같은 곳에 파일을 담아가면 일이 편하다. 나는 온라인으로 출력의뢰를 했는데 이 경우에는 가게마다 다른 신청 방법에 따라 신청하면 된다. 파일은 보통 압축을 해 웹하드에 올리거나 메일로 보내면 되는데 꼭 배열을 잘 해서 보내야 한다. 배열을 잘못해서 보내면 뒤죽박죽된 책이 만들어 지므로 주의한다.
 
대금을 치르고 몇 일 기다리면 신청할 때 적은 주소로 출력된 종이()이 도착한다. 맡기는 업체에 따라 가격, 화질 등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알아보고 맡기는 게 좋다.
 
도착한 종이는 대수별로 잘 접어서 큰 집게로 가지런히 고정시킨다. 아래위가 구분되도록 책등에 간단히 표시를 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책등에 줄을 긋거나 칼집을 조금 낸다. 나중에 구멍을 뚫어 실이 들어갈 자리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알아 볼 수만 있게 표시하면 된다. 구멍은 짝수로 뚫어야 한다. 이제 한 대씩 고정시켜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다. 모든 대수에 구멍을 뚫었으면 첫 대수 위쪽 바깥에서 안으로 실 바늘을 넣는다. 구멍 뚫은 자리로 왔다 갔다 하고 옆 대수로 이동해서 또 다시 왔다갔다하면 된다. 다른 중요한 과정이 있지만 지면 상 생략하고 실을 다 꿰맸으면 책등에 풀을 바르고 무거운 책을 여러 권 얹어 하루 정도 압착시킨다. 책 표지는 합지를 재단해서 만들어 놓고 엮어 놓은 속지와 표지를 붙여서 책을 완성한다.
 
 
대략적으로 실제본법으로 만드는 책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 진다. 물론 대량으로 책을 만들거나 소량이더라도 업체에 맡긴다면 직접 실을 엮고 책 표지를 재단할 필요가 없지만 간단한 공책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닫음 이 글은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이전에 보고서 양식에 맞춰 쓴 게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써 본다. 책을 만들기란 쉽고, 어렵고, 의미있는 일이다. 따로 시간이 없어 대부분의 작업을 밤에 기숙사에서 했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나의 첫 책이 부모님 결혼 25년을 축하하는 책이라서 기쁘다. 두 분 옛날 사진 보며 즐거웠고 작업도 무지 재밌었다. 실수 많이 하고 종이나 다른 것들 때문에 골머리 섞고 혼자 끙끙대기도 했지만 아쉬운 대로, 허술한 대로 책을 마무리 지었다. 내가 만든 책은 완성되지 않았다. 이 책은 두 분의 이야기가 책에 쌓이며 완성되는 책이다. 가족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정이지만 덕분에 재밌는 작업할 수 있었다.
 
책을 만들지 않더라도 옛날 사진들 보는 건 재밌는 일이니 생각나는 사람은 찾아보면 좋겠다.
 
옆에서 관심 갖고 도와준 사람들 모두 고마워요.
 
도움 받은 책; 만만한 출판제작, 쿠쿠리의 북아트,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 등
 
 
이것으로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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