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1일

20131021 지리산 기행문 (국어수행)

2013 지리산 기행문, 김다우
2013년 10월 15일 ~ 17일, 중산리. 10월 21일 쓰다


등산을 간 건 몇 년 만 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등산을 간 게 재작년, 네팔에 있을 때니까 거의 2년 만이 되겠다. 지리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3년 전에 중학교에서 다함께 천왕봉에 갔다. 1박 2일 일정이었는데 그 때는 밑만 보고 올라가다가 큰 바위에 머리를 박은 게 웃기다면 웃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번 지리산 등산은 중산리에서 출발해, 벽소령을 지나 연하천을 거쳐 뱀사골(반선)로 내려오는 일정이었다. 등산이 오랜만이라 걱정도 약간 되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잘 다녀왔다.

우리 조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식단을 다 정하고, 재료를 모두 다 샀는데 친구 한 명이 아파서 빠지게 됐다. 일곱 명이 먹을 음식을 여섯 명이 들어야 했다. 그런데 조의 유일한 남학생 두 명이 짐을 배분하는데 오지 않아 자연스럽게 무거운 김치와 고기는 그들의 몫이 되었는데, 덕분에 그 둘은 첫날 짐이 무거워 다리에 쥐가 여러 번 났다고 한다. 우리 조 사람들은 같이 안 걷고 따로 걸었는데, 그래서 그 둘이 힘들었던 걸 그날 저녁에 조원이 모두 모이고 서야 알았다. 사실 그 때도 그렇게 힘든 줄 몰랐는데 내려오는 길에 친구가 말해줘서 정말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드디어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다. 장터목은 중학교 때도 왔던 곳인데, 오랜만에 가니 시설 증강 공사를 하고 있었다. 탁 트여있던 공간에다가 새로 건물을 하나 짓는다나 뭐라나. 건물이 다 지어지면 이용할 때 편하기는 하겠더라.

나보다 먼저 온 학생들이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제 막 한시가 지나 있었다. 나는 올라가는 길에 점심을 먹어 배는 고프지 않았다. 잠시 바깥에 앉아 있는데 땀이 식으면서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직 예약을 확인할 사람이 오려면 멀었는데, 선생님은 언제 오시나.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 장터목 대피소에는 예약자가 아니더라도 실내에 들어가서 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밤에 잠을 자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나도 가방을 들고 방 안에 들어갔다. 못 적은 일기도 쓰고, 옷도 갈아입고 짐을 다시 정리했다. 일기를 다 쓰고 이미 잠든 사람들 옆에서 쪽잠을 잤는데 잠에서 깨니 많은 사람들이 대피소에 도착해 있었다. 둘째 날 비가 내린다더니, 첫 날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네 시? 그 때 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오래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산행을 하기에는 불안할 만큼 비가 내렸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도착해 있던 사람들 몇몇은 사람을 찾으러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도 했다.
 사람들이 오갈 동안, 나는 슬슬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가져온 쌀을 씻고 주섬주섬 고기를 꺼낸다. 고기는 돼지 삼겹과 안다리 살을 가져갔는데, 아, 가기 전에 누가 가져가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았다. 고기가 두꺼워서 전혀 익지를 않더라. 더군다나 사람도 한 명 줄어서 고기를 다 먹지 못했다. 고기 양념이 안 되어있던 것도 크게 한 몫 한 듯하다. 절반정도 남은 고기를 보고 눈앞이 캄캄해 한숨이 나왔다. 결국 그 고기는 첫날 너무 무거운 짐을 들었던 다른 학생들의 요구대로, 다음 날 아침 전부 버려졌다. ……혹시 등산을 가서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이라면, 절대로! 고기 훈제를 들고 가라. 그리고 음식 양은 전체적으로 작게 들고 가라. 짐도 짐이지만 산에서는 사람들이 밥을 많이 안 먹더라. 그걸 생각하지 않고 음식을 많이 챙겨갔던 우리 조는 들고 갔던 음식의 대부분을 산행 마지막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거나, 버렸다. 돈도 돈이지만 일정 내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야 하니 그만한 골치가 없었다.

 나는 등산 중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걸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서로 앞지르고 뒤처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혼자 걸으며 조금 위험한 일도 있었지만 조용히, 내 걸음대로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산길을 걷는 건 좋아하는 편이다. 산이 아니더라도 조용한 길을 걷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산은 특히 더 그렇다. 혼자서 산을 걷다보면 여러 가지 일과 만나게 된다. 바람 소리도 들리고 가까이 나는 새도 보인다. 가끔은 다람쥐도 지나가고 발밑으론 곤충들이 뛰어 다닌다. 비틀비틀, 넘어질 듯 말 듯, 가끔씩 멈춰서 주변도 둘러보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한다. 조금씩 작은 보폭으로 느리게 걸어도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충분히 많다. 여러 가지로 실수도 많았고, 사실 단순히 걷기만 할 거라면 2박 3일이나 지리산으로 등산을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리산에 가서 느낀 것들이 꼭 지리산에 가서 느낀 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리산이 아니어도 그 어떤 산이었더라도, 2박 3일이 아니라 단 하루만이었더라도. 오로지 걷는 것과 나에 집중을 했더라면 결과는 비슷했지 않았을까. 거기에다 그곳까지 갔는데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뭔가 특별히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산에 갔고,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짐을 들고 걷거나, 그저 목적지에 도착할 뿐이었다. 산을 걷는 동안에, 사람들 개개인이 걷는 그 순간순간마다 무언가 생각할 거리라도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밥을 먹을 때만이라도 후다닥 먹지 않고 모두 다 함께 모여 이야기 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지만 사실, 밥 챙기고 짐 챙기고 몸은 피로해 그렇게 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산이든, 혹은 다른 어떤 곳에서든 다 똑같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이다. 공포영화를 볼 때의 즐거움과 순정영화를 볼 때의 즐거움이 다르듯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즐거움이 있다. 이왕 갈 거라면 부디, 등산과 당신 사이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잘 다녀오면 좋겠다. 쓰레기 잘 챙겨오는 거 잊지 말고!

 



*
이상 국어(문학) 수행평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Thank you for the reply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