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2일

대안학교에 가려는 당신에게

2010. 10. 15  :  Nakdong river






벌써 입시철이 되었다

작년 이맘 때에 학교에서 머리싸매고 자소서 쓰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쩌면 너 또한 그렇게 글을 쥐어짜고 있겠지


너에게 묻고 싶다


너는 이 학교에 와서 무얼 하려 하는가

너는 이 학교에 대해 무얼 기대하고 있는가
너는 이 학교에 와서 네 책임을 다 할 수 있는가
당신이 이 학교에 들어온다면
당신이 들어옴으로써 이 학교에 오지 못한 다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가


당신이 무엇이 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무엇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당신은 당신의 지금 이 마음을,
어쩌면 절박하고 어쩌면 열정적일 이 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나간 과거는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어느 학교에 가든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할 테지


하지만 당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그 마음을 잊을지 모른다


입학하면 어떻게든 될거라는 마음을 먹고 있으면 집어치우라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
누구도 너를 대신해 무언가를 해 주지는 않는다
누구도 너를 대신해 네 인생을 살아주지는 않는다

지금 그대로라면, 내일도 그대로다



나는 중학교도 대안학교에 다녔고, 그 이전부터 대안학교에 대해 알 일이 조금 있었다

나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름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주 잠깐 아주 조금이라도 힘들어 했다

스쳐가듯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몇 달, 심지어는 한 해가 지나도록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힘들 땐 마음껏 힘들어 해라
비웃어도 된다
네가 앓고 있는 문제와 있는 힘껏 부딪쳐라
없던 힘도 쥐어짰으면 좋겠다
문제란 마주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손 놓고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어머니와 사는 아이도 있었다 할머니와 사는 아이도 있었다

병을 앓아 부모가 서로 떨어져 사는 아이도 있었다
초등학교, 그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대안학교에 다닌 아이들도 있었고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와서 대안학교를 접해 본 아이들도 있었다
대안학교가 정확히 뭔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수업에 빠지는 많은 아이들을 봤고 수업시간에 엎드리는 아이도 봤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도 봤다
그래도 잘 지내는 아이도 봤고 그래서 힘들어 하는 아이도 봤다

하지만 별 다른 건 없었다

모두 아직은 아이였고, 아직은 아이이다

이기적인 아이도 봤고 상처입은 아이도 봤다


분위기에 이끌려 남을 따라하는 아이, 제 주장을 강하게 하지 않는 아이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아이
은근히 따돌리는 아이
많은 아이가 있었다    많은 아이가 있다

대안학교라고 특별하지 않다

어쩌면 특별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특별하지 않다

당신이 이곳에 있기에 특별한 게 아니라

이곳에 당신이 있기에 특별함이다

당신은 책임져야 한다

이곳에 온 당신은 이곳에 온 책임을 져야한다

당신의 학교가 부끄럽지 않도록

당신의 삶이 떳떳하도록
당신은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학교를 떠날 때, 당신이 학교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학교를 회상할 때, 당신이 뿌듯하거나, 보람차거나, 기뻐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당신이 그렇게 즐겁게 지냈다는 것을
진심으로 순수하게 기뻐했으면 좋겠다


나는 특별한 당신이,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이 그저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당신이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고
나는 당신이 스스로 성취하기를 바란다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이지만

또한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내년에 어떤 모습일까

나는 내년에 지금 이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지금보다 더 헤이해지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내가 그랬을지 모르고

어쩌면 내가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별 이야기가 아니지만

긴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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